2011.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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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빨리빨리 실패하라, 혁신은 혁신은 속도전이다


실패를 위한 실험실… '구글 아이디어의 인큐베이터' 구글 랩스

뉴스를 달력처럼 볼 순 없을까, 술 취해 옛 애인한테 이메일… 좀 말려줄 서비스는 없을까
전 세계 직원들 아이디어를 모아 생각대로 되는지 만들어본다
반응에 따라 재빨리 전략 수정…80여개 시도해서 18개 건졌다
혁신이란 하나의 큰 발명이 아닌 수천 수백 가지의 작은 발명들…
절대 실수하지 말라고 한다면 절대 새로운 시도도 없다
"실패한 실험에서는 배울 것이 많지만 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완전히 실패하고 말 것이다."

경영서마다 실험과 실패를 혁신의 왕도(王道)로 예찬하는 글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경영자 입장에서 실험은 위험을 수반한 모험이며, 실패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실험이 성공해 돈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잘못된 길로 들어선 '혁신'은 기업의 명(命)을 줄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구글은 전 세계 기업의 부러움을 산다. 1998년 설립된 이후 혁신적이며 상업적으로 성공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검색, 광고, 미디어 시장의 풍경을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구글 랩스(Google Labs)'라는 팀이 있다. '구글 실험실'로 해석되긴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 있는 이 팀의 사무실에는 방 안을 가득 채운 실험 장비나 수퍼컴퓨터, 하얀 실험복을 입은 비밀 연구원은 없다. 장비는 우리가 쓰는 평범한 컴퓨터뿐이고, 팀원도 3명이 전부다.



▲ 앞줄 왼쪽부터 권영무 인턴, 메이미 라인골드 구글 랩스 프로그램 매니저, 홍민성 인턴. 뒷줄 왼쪽부터 아서 글레클러 구글랩스 기술 리더, 프랑스와 와우츠 인턴, 리쿠 이노우에 구글 랩스 제품매니저. /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작은 팀을 구글의 '혁신 인큐베이터'라고 부른다. 구글 랩스가 구글이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진짜 서비스로 가공하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실패를 관리하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구글 랩스팀은 뉴욕부터 방갈로르까지 전 세계 구글 엔지니어들의 '불평'과 '아이디어'를 온라인으로 모은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시범 서비스로 만들어지고, 구글 랩스 웹사이트(googlelabs.com)에 공개된다. 사용자는 누구나 이 시제품을 써보고 의견을 남길 수 있다. 반응이 좋으면 구글의 공식 서비스가 된다.

지금까지 80여개의 프로젝트가 등록됐으며 이 중 18개가 실험실을 '졸업'하고 정식 서비스가 됐다. 구글 지도, 구글 학술검색, 구글 문서도구처럼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써 보았을 서비스가 모두 구글 랩스를 거쳐 탄생했다.

Weekly BIZ는 최근 방한한 구글 랩스의 아서 글레클러(Gleckler·기술 리더), 메이미 라인골드(Rheingold·프로그램 매니저), 리쿠 이노우에(Inoue·제품 매니저)씨를 만나 혁신의 비결을 물었다. 구글의 대학생 인턴인 권영무· 홍민성·프랑스와 와우츠(Wouts)씨도 참석해 질문을 던졌다. 구글 랩스팀의 답은 분명했다.

"처음부터 엄청난 실험을 계획하지 마라. 작은 실험부터 해라. 실패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직원들이 빨리 실패할 수 있게 해라. 진짜 두려울 때는 한 프로젝트에 10년을 매달린 뒤 시장에 내놓는 경우다."

■혁신은 속도전, 2주 만에 시범서비스 내놓기도

―생각보다 팀원이 적어서 놀랐다. 구글 랩스의 역할은 무엇인가?

리쿠 이노우에(이노우에): "원래 구글은 팀이 소규모다. 우리 일은 아이디어를 가진 엔지니어들이 빨리 시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예를 들어 '북스 앤그램 뷰어(Books Ngram Viewer·아래 설명 참조)'의 경우 무(無)에서 시범서비스를 만드는 데 딱 2주 걸렸다."

메이미 라인골드(라인골드): "구글에는 '20% 정책'(업무시간의 20%를 업무와 무관한 일에 쓰도록 하는 것)이 있는데, 여기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가 구글 랩스로 접수되고 우리는 엔지니어들이 빨리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아서 글레클러(글레클러): "엔지니어들 가운데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길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엔지니어를 대중과 연결해 주고, 이들이 자기 아이디어를 실험실 밖으로 가져나오는 데 겁먹지 않도록 달래주기도 한다.(웃음)"

―구글이 처음부터 구글 랩스를 운영했나?

글레클러: "회사 창업(1998년)과 함께 생겼다(실제 구글 랩스가 일반에 공개된 것은 2002년이다·편집자 주). 현재 구글 랩스의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완전히 독립된 프로젝트이고, 다른 경우는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예를 들어 '지메일(구글의 이메일 서비스) 랩스'는 이메일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테스트 튜브'는 동영상 검색사이트인 유튜브 개선을 위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그 밥(Bob)이 아니야'라는 기능은 이메일용 시험서비스다. 성이나 이름이 비슷한 사람에게 이메일을 잘못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해 메일을 보내기 전에 다시 한 번 수신자를 확인하게 하는 기능이다. 우리 회사는 나 말고 아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10명쯤 되는데, 가끔 잘못된 메일이 올 때가 있다. 이렇듯 생활에서 느끼는 작은 불편, 사소한 아이디어가 나중에 엄청나게 큰 서비스로 변할 때가 있다. 구글 랩스는 그런 사소한 아이디어, 작은 출발에도 열려 있다."

구글 랩스는 구글과 별도의 컴퓨터 서버를 운영한다. 구글 랩스에서 했던 시범 서비스가 오류가 생겨도 정식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기존의 핵심 기능과 실험적인 기능을 분리해 위험을 차단한 셈이다.

구글 랩스는 또 일반 사용자까지 다 볼 수 있는 사이트 이 외에, 구글 직원들만 볼 수 있는 내부 웹페이지도 운영한다. 여기에는 외부로는 공개되지 않는 기밀 프로젝트가 올라오고, 구글 직원들은 동료의 '작품'에 조언을 해 준다. 그렇게 본다면 구글의 서비스는 아이디어 단계에서 구글 랩스팀과 협의를 해 시범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직장 동료들의 심사를 거친 뒤에야 정식 서비스로 출시되는 셈이다.

―구글 랩스의 제품 가운데는 말 그대로 실험으로 끝나고 마는 경우도 있다.

이노우에: "우리의 목적은 재미와 실험, 상업적인 성공 모두에 있다. 지금까지 구글 랩스를 '졸업'해 정식 출시된 서비스는 18개다. 졸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 자체로 독립적인 서비스가 되는 경우다. 건물의 3차원 형상을 사용자가 만들고, 위성 지도와 결합할 수 있는 '빌딩 메이커(Building maker)'가 그런 예다. 다른 하나는 구글 서비스의 일부에 포함되는 경우다. 단어를 검색창에 치지 않아도 관련된 이미지를 찾을 수 있는 '비슷한 이미지(Similar images)'는 다른 프로젝트와 합쳐져 '구글 이미지즈(Google images)'라는 정식 서비스가 됐다."

―당신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고 한다. 하지만 경영자에게 실패는 달갑지 않다.

이노우에: "그래서 우리는 실험이 실패하더라도 빨리 실패하는 게 좋다고 주장한다. 경영자나 엔지니어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엔지니어는 재빨리 다른 시도를 할 수 있고, 경영자는 플러그를 뽑아야 할 순간을 놓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사실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빨리 시제품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데이터야말로 믿을 만한 평가자가 된다. 구글의 개발자들은 구글 랩스를 통해 작은 규모에서 먼저 실험해 볼 수 있다. 일단 조그맣게 시작해서 생각대로 되는지 한 번 보는 것이다.

진짜 무서울 때는 한 프로젝트에 10년을 매달린 뒤 시장에 내놓는 경우다. 우리는 3개월 만에 시범 서비스를 내놓고 사용자들의 반응이 안 좋으면 전략을 수정한다."

한 번에 엄청난 혁신을 노리기보다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부터 시작하라는 접근법은 제조업 분야에서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3M과도 비슷하다. 3M의 최고경영자인 조지 버클리(Buckley)의 모토는 이렇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대발명(Next Big Thing)을 내놓은 적이 없다. 혁신이란 언제나 수천 수백 가지의 소발명(Next Small Things)을 만들어 내는 데 달렸다."

하지만 작은 실험이 큰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실험의 지속성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글레클러는 "기업 경영자와 중간관리자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엔지니어로 일할 때의 일이다. 당시 우리는 구글의 광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개발 과정에 많은 실수가 나왔다. 어느 날 부사장과 엔지니어들이 회의를 했는데, 그가 '이 문제가 왜 생겼느냐'고 하자 한 엔지니어가 손을 들고 '저예요. 제가 잘못했어요'라고 말했다. 부사장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좋아요. 뭐가 문제였고, 여기서 뭘 배울 수 있죠?' 만약 부사장이 '앞으론 절대 실수하지 마'라고 말했다면 그 때부터 새로운 시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바일 프로젝트가 늘어나는 추세

―최근 구글 랩스에 등록되는 프로젝트에 트렌드가 있다면?

글레클러: "대세(big trend)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다만 점점 모바일 관련 프로젝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리고 다음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실제 처음에는 모바일 관련 아이디어로 출발했다고 해도 시제품으로 나올 때는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구글 랩스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그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의견을 보내고 참여하나?

이노우에: "구체적으로 몇 명의 사용자가 피드백을 해 주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 물론 우리 아이디어에 대해 평가해 주는 사용자의 비율은 낮다. 하지만 구글 사용자가 아주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예를 들어 구글 보디에 대해서는 1500명이 평가에 참여했다. 피드백이 상당히 많은 경우다."

글레클러: "숫자가 적지만 정말 열심히 피드백을 주는 사용자도 있다. 그들의 반응은 격렬하다. 정말 좋다고 하는 사람, 정말 싫다고 하는 사람, 아주 세세한 기능을 더해달라고 하는 사람까지. 전체 사용자 평가가 많지 않은 경우에도 그런 열혈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제품에 대해 판단을 할 수 있다."

―구글의 두 창업자(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구글 랩스팀을 자주 찾나?

글레클러: "식당에서 간혹 마주치긴 하지만 최근에는 (구글 랩스 일로) 직접 말을 나눈 적이 없는 것 같다. 구글 랩스는 구글 엔지니어와 사용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된 플랫폼이다. 경영자들이 매번 살피고, 일일이 관여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말이다."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유행이다. 하지만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가진 기업에 조언한다면?

글레클러: "기업이 대중 앞에서 실패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것! 100% 자신이 없더라도 실험해 보는 것이다. 기업이 몸을 낮춰야 소비자나 사용자들도 새로운 시도에 기꺼이 동참한다."

현재 구글 랩스의 주요 시제품들

1. 구글 보디(Body) 인체를 3차원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 근육·뼈·신경 등 단계별로 볼 수 있으며 특정 기관을 검색할 수 있다.

2. 아트 프로젝트(Art Project) 전 세계 주요 미술관의 미술 작품을 실제 미술관에서 보는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

3. 뉴스 타임라인(News Timeline) 뉴스를 마치 달력처럼 한눈에 보여주는 프로그램. 연도별, 월별로 한눈에 볼 수 있다.

4. 공공 데이터 탐색기(Public Data Explorer) 정부나 국제기구의 통계를 한눈에 보기 쉬운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서비스.

5. 후회할 일을 막아주는 수학 퀴즈 술에 취해서 상사나 옛 애인에게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는가? 이 기능을 쓰면 지메일(구글의 이메일 서비스)을 보낼 때 간단한 수학 문제를 풀도록 해 '불상사'를 막아준다.

6. 북스 앤그램 뷰어(Books Ngram Viewer) 16세기 이후 전 세계 도서에서 특정 단어가 얼마나 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서비스.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입력 : 2011.04.02 03:14 / 수정 : 2011.04.0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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